드라마를 보다가 "저 배경 어디야?"라고 검색창을 열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유미의 세포들 이번 편에서는 보면서 딱 그랬습니다. 특히 김고은과 김재원이 부산 리조트 씬에 등장하는 순간, 한국 맞나 싶을 정도로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거든요. 드라마 속 부산 로케이션(촬영 장소)이 이렇게 공들여 선택된 곳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고 나니, 그 장면들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유미가 순록이랑 만나서 대화하는 거리라던지, 둘이 영화를 보던 장면도 그렇고 , 비 맞으면서 배회하는 장면에서도 뭔가 다른 달달함이 더 느껴져서 더 설레기도 했습니다.
## 아난티 앳 부산 코브, 단순한 배경이 아니었다
드라마 속 워크숍 장소로 등장하는 '아난티 앳 부산 코브(ANANTI AT BUSAN COVE)'는 기장군 해안에 자리한 럭셔리 리조트입니다. 제가 드라마를 처음 볼 때는 해외 리조트 로케이션인 줄 알았습니다. 그만큼 화면이 주는 이국적인 느낌이 강했거든요. 테라스에서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고, 유미가 순록을 내려다보는 그 시선 처리까지 촬영감독이 공간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쓴 느낌이 왔습니다.특히 순록이가 유미가 지내는 방을 들여다볼 때 그 시선처리는 더 몰입하게 했습니다.
여기서 짚어볼 개념이 있는데, 드라마 제작에서 로케이션 스카우팅(Location Scouting)이란 단순히 예쁜 장소를 찾는 게 아닙니다. 인물의 심리 상태와 서사의 흐름을 공간으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아난티 코브는 꽤 정확한 선택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아직 마음을 확인하기 전, 적당한 거리감이 있으면서도 서로를 의식하는 감정선을 담아내는 데, 탁 트인 해안과 리조트의 구조적인 거리감이 딱 들어맞았으니까요.
제가 직접 느낀 건데, 김고은 배우는 어떤 공간을 배경으로 서있든 그 공간의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이 있습니다. 리조트 테라스에서 순록을 바라보는 짧은 씬 하나로도, 설레면서 동시에 조심스러운 유미의 내면이 그대로 전달됐습니다. 공간과 배우가 이렇게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처럼 드라마에서 리조트 공간이 로맨스 서사의 촉매 역할을 한다는 건, 콘텐츠 소비 패턴 데이터에서도 확인됩니다. 국내 OTT 시청자 조사에 따르면, 로맨스 장르 드라마에서 '촬영지'가 시청 지속률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상위 3위 안에 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https://www.kocca.kr)).
## 감정 서사의 밀도, 로케이션이 올려준다
드라마의 감정선을 분석할 때 자주 쓰는 개념이 '내러티브 밀도(Narrative Density)'입니다. 내러티브 밀도란 같은 분량의 스크린 타임 안에 얼마나 많은 감정 정보가 압축되어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공간 선택이 이를 직접적으로 좌우합니다. 특히 부산이라는 도시 자체가 갖는 감성적 층위, 즉 바다·골목·이국적 풍경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 정서가 이 드라마의 감정 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솔직히 시청자 입장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8화 편성 기준으로 봤을 때, 제가 기대했던 설레는 장면들이 5, 6화에 충분히 쌓이지 않았습니다. 원작 웹툰을 먼저 접한 입장으로서, 유미와 순록의 러브라인은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두 사람이 일과 감정 사이에서 서로 호기심을 쌓아가는 과정이 핵심인데, 드라마에서는 그 과정이 조금 압축되거나 생략된 느낌이 들었거든요.원작을 본 느낌에서는 뭔가 빠진 듯한 느낌도 조금 들긴 했습니다.
물론 원작의 순록 캐릭터가 가진 매력은 유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접점'을 꾸준히 만들어가는 데 있습니다. 그 접점이 드라마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어 보여 아쉬웠는데, 이건 편집 방향의 문제일 수도 있고, 후반부 회차에 압축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는 후반부 폭발력을 위한 의도적 설계인 경우도 적지 않으니까요.
부산이라는 공간의 활용 측면에서 이 드라마가 택한 전략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아난티 코브: 두 사람이 거리를 인식하면서 동시에 의식하게 되는 '관찰 공간'으로 활용
- 바닷가 리조트 산책로: 우연한 동선 겹침을 통해 감정의 실마리를 쌓는 설정
- 이국적 풍경: 일상과의 단절감을 만들어 두 사람이 평소와 다른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 조성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부산이 단순한 배경이 아닌, 감정 서사의 구동 장치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 드라마가 만들어내는 여행 수요, 이미 시작됐다
드라마 촬영지가 관광 수요를 직접 끌어올리는 현상을 콘텐츠 투어리즘(Contents Tourism)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콘텐츠 투어리즘이란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등 미디어 콘텐츠가 특정 지역에 대한 여행 동기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뜻합니다. 한국에서는 드라마 방영 이후 촬영지 방문객이 평균 30~50% 증가하는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으며, 부산시도 이러한 콘텐츠 연계 관광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https://www.visitkorea.or.kr)).
그리고 또한 김재원 배우 이야기를 빼놓기가 어렵습니다. 저도 이전에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잠깐 등장했을 때도 잠깐만의 등장으로 어떤 배우지 하며 궁금증을 가지게 했는데, 이번 순록 역할에서 원작에서 느껴지는 무언가가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감정을 억제하면서도 시선으로 많은 걸 전달하는 연기 방식이 부산의 열린 공간과 묘하게 잘 어울렸습니다. 배우가 공간을 소화하는 방식에서 그 배우의 내공이 보인다는 걸 이번에 새삼 느꼈습니다.
제가 직접 몇 화를 반복해서 보면서 확인한 건데, 부산 씬에서 두 배우의 앙상블(Ensemble)이 가장 자연스러웠습니다. 앙상블이란 두 명 이상의 배우가 만들어내는 호흡과 조화를 의미하는데, 유미와 순록은 대사보다 시선과 공간 배치로 감정을 전달하는 씬이 많아 그 완성도가 더 잘 드러났습니다.
드라마가 그려낸 부산은 분명히 한 번쯤 직접 가보고 싶어지는 장소입니다. 화면 속 아난티 코브의 테라스와 해안 산책로가 자꾸 떠오른다면, 그건 단순히 예쁜 배경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유미와 순록이 거기서 쌓은 감정의 온도가 그 공간에 남아 있기 때문이겠지요. 원작 팬 입장에서는 앞으로 남은 회차에서 두 사람이 부산만큼 예쁜 공간을 배경으로 더 행복한 장면을 만들어 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직접 아난티 코브를 방문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드라마 방영 기간 중 예약이 빠르게 마감될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정말 언제쯤 순록이와 유미가 더 달달한 사랑을 할지 더 기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296/0000100015?sid=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