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즌3까지 이어진 드라마가 2%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숫자만 보면 아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보고 나서 든 생각은 달랐습니다. 유미와 순록이 웨딩마치를 울리는 장면에서, 이건 숫자로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는 확신이 섰습니다.
1. 2%대 시청률, 숫자 너머의 실제 반응
닐슨코리아(Nielsen Korea) 집계 기준으로 '유미의 세포들3' 최종회 시청률은 2.5%였습니다. 닐슨코리아란 국내 방송 시청률 측정을 담당하는 공식 리서치 기관으로, TV 수상기 기반의 패널 조사를 통해 실시간 시청 데이터를 산출합니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저조해 보일 수 있지만,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드라마의 실제 흥행 무대는 TV가 아니었습니다.
'유미의 세포들3'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에서 선공개된 뒤 tvN에서 방송되는 이중 편성 구조를 택했습니다. 여기서 OTT란 인터넷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트리밍 플랫폼을 의미합니다.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이죠. 이 구조 덕분에 TV 시청률은 낮아도 티빙에서는 3주 연속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했습니다. 유료가입기여자수란 특정 콘텐츠를 보기 위해 유료 구독을 새로 시작하거나 유지한 실제 사용자 수를 의미합니다. 즉, 드라마 하나 때문에 지갑을 연 사람이 3주 내내 가장 많았다는 뜻입니다.
국내 OTT 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OTT 이용률은 전체 인구의 72%를 넘어섰습니다([출처: 방송통신위원회](https://www.kcc.go.kr)). TV 앞에 앉아 드라마를 보는 시대가 저물고, 내 시간에 내 기기로 보는 소비 패턴이 자리를 잡았다는 방증입니다. 그러니 지상파나 케이블 시청률 수치만으로 콘텐츠 성패를 가늠하던 기준은 이제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유미의 세포들3'가 보여준 성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tvN 방영 기준 최종회 시청률 2.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 티빙 플랫폼 내 3주 연속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
- 세 개 시즌에 걸친 유미 캐릭터의 성장 서사 완결
- 순록(김재원)과의 결혼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 김고은이 아니면 불가능했던 유미라는 캐릭터
제가 이 드라마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느낀 건, 김고은이라는 배우가 가진 페르소나(persona)가 유미라는 인물과 거의 완벽하게 겹친다는 점이었습니다. 여기서 페르소나란 배우가 특정 작품이나 역할을 통해 대중에게 굳혀진 이미지나 정체성을 의미합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아우라, 그러면서도 어딘가 허술하고 공감 가는 구석이 공존하는 캐릭터. 제 경험상 이 조합은 정말 드물게 성공합니다.
정말 재밌으면서도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캐릭터라 이렇게 시즌3까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즌3의 핵심은 유미(김고은 분)와 순록(김재원 분)의 로맨스였습니다. 순록은 처음에 원칙주의자였습니다. 사내 연애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규칙을 스스로 세워두고 있었죠. 그런 그가 출판사 편집장 대용(전석호 분)에게 직접 찾아가 연애 사실을 고백한 장면은,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었습니다. 원칙을 깨는 데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순록에게 그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유미보다 중요한 원칙은 없었던 것이죠.
유미가 순록의 첫 번째 고백을 거절한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제니(전소영 분)와의 복잡한 관계, 그로 인한 혼란을 더 이상 감당하고 싶지 않았던 유미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그런데 순록이 두 번째로 내뱉은 한 마디, "후회할 것 같아서요"라는 말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건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데, 화려한 대사보다 짧고 솔직한 말 한 마디가 감정을 더 깊이 건드릴 때가 있더라고요.
두 사람이 연인이 된 이후의 묘사도 좋았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인물이 서사를 거치며 변화하는 심리적 여정을 효과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캐릭터 아크란 등장인물이 이야기 초반부터 결말까지 어떤 내면적 성장이나 변화를 겪는지를 보여주는 서사 구조를 말합니다. 호칭이 '작가님'에서 '누나'로 바뀌는 작은 디테일, 주말이라는 핑계로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순록의 모습. 이런 장면들이 쌓이면서 유미의 세포들이 응원하는 결혼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콘텐츠 분야에서도 시청자 몰입도(Engagement Rate)가 높은 작품일수록 회차를 거듭할수록 입소문 효과가 강해진다고 알려져 있는데([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https://www.kocca.kr)), 유미의 세포들3가 딱 그런 경우였습니다.
세 시즌에 걸쳐 유미라는 인물의 성장을 지켜본 시청자 입장에서, 이 결말은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니었습니다. 연애 기간으로 사랑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는 유미의 깨달음은, 시즌 내내 흔들리고 돌아왔던 그 과정이 있어야만 설득력 있는 문장입니다.
유미의 세포들3는 TV 시청률 숫자가 전부를 말해주지 않는 드라마였습니다. OTT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미디어 환경에서, 이 작품의 실제 가치는 티빙 유료 구독자 수 1위라는 지표가 더 정직하게 보여줍니다. 김고은과 김재원이 만들어낸 유미와 순록의 이야기를 아직 보지 못하셨다면, 티빙에서 시즌1부터 차례로 보시길 권합니다. 세 시즌을 연달아 보고 나면 마지막 웨딩마치 장면이 왜 그렇게 묵직하게 느껴지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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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108/0003432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