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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9회 (재판, 단서, 시청률)

by 지니플레이스 2026. 5. 19.

맨 처음에는 '허수아비'를 처음엔 그냥 흘려볼 생각이었습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것만 알고 있었고, 비슷한 소재의 드라마를 워낙 많이 봐온 터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8회까지 보고 나니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9회를 앞두고 공개된 스틸컷과 제작진의 코멘트를 보면서, 이 드라마가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1.재판 현장이 의미하는 것 — 30년짜리 복선


'허수아비'는 1988년부터 2019년까지 약 30년의 시간대를 넘나드는 구조입니다. 드라마 용어로는 이런 방식을 비선형 서사(Non-linear Narrative)라고 부릅니다. 비선형 서사란 시간 순서를 따르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교차 편집하여 사건의 진실을 조각조각 맞춰가는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단서를 선별적으로 제공해 긴장감을 유지하는 기법입니다.

제가 8회까지 보면서 느낀 것은, 이 드라마가 그 비선형 서사를 제법 정교하게 운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경기 화성 일대에서 실제로 발생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사실이,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 서사의 뼈대에 실제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9회에서 핵심은 강태주(박해수)가 임석만(백승환)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는 점입니다. 한때 임석만을 이기범 대신 진범이라 확신했던 강태주가 이번엔 증인석에 앉아있다는 설정은 단순한 반전이 아닙니다. 검사 차시영(이희준)이 그 자리에서 강태주를 신문하는 구도는, 두 사람의 갈등이 법정이라는 공식적인 무대 위로 올라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9회에서 주목할 서사 구조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강태주의 증인석 등장: 수사자에서 피신문자로의 위치 역전
- 차시영의 신문: 사적 갈등이 법적 절차 안에서 재점화
- 임석만 재판: 진범 여부를 둘러싼 서사의 분기점
- 무원 발령 이후 새로운 단서: 중심부에서 밀려난 강태주가 오히려 사건의 외각을 건드리는 구조

2.차시영과 강태주 — 누가 더 문제인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질문이 바로 이겁니다. 강태주와 차시영, 이 두 사람 중에 과연 누가 더 '나쁜' 사람인가 하는 것이죠.

강태주는 불법 수사라는 방법을 선택했고, 그 결과 이기범(송건희)이 사망했습니다. 차시영은 그 책임을 강태주에게 뒤집어씌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강태주가 잘못이다"라고 보는 시각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런데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차시영 쪽이 더 불편했습니다. 모친상을 치르는 장례식장에서 강태주가 난장판을 만든 것은 분명히 선을 넘은 행동이지만, 가혹 행위 혐의를 뒤집어씌우는 방식은 법의 외피를 두른 보복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드라마가 건드리는 개념이 '수사 재량권'과 '절차적 정의(Procedural Justice)' 사이의 충돌입니다. 절차적 정의란 결과보다 과정의 공정성에 방점을 두는 원칙으로, 아무리 범인을 잡는 것이 목적이라도 적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강태주는 결과를 앞세우다 절차를 무너뜨렸고, 차시영은 절차를 앞세우지만 그 절차를 개인적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도 온전히 옳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꾸준히 논의되어 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사 단계에서의 권리 침해는 피의자 인권 문제 중 지속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출처: 국가인권위원회](https://www.humanrights.go.kr)). 드라마 속 강태주의 불법 수사는 단순한 극적 장치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반복되어온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3. 8.4% 시청률과 9회 전망 — 이 드라마는 왜 뜨고 있는가


8회가 자체 최고 시청률인 7.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작은 수치가 아닙니다. 여기서 닐슨코리아의 유료 가구 시청률이란, 케이블과 IPTV 등 유료 방송 가입 가구를 기준으로 산출한 수치입니다. 지상파와 달리 기저 수치 자체가 낮기 때문에 7%대는 ENA 채널 입장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수치로 받아들여집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승 곡선은 대개 두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 나타납니다. 하나는 매 회차 서사의 밀도가 유지될 것, 다른 하나는 회차가 거듭될수록 캐릭터에 대한 감정 투자가 쌓이는 것입니다. '허수아비'는 두 조건을 제법 잘 충족하고 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9회에서 이기환(정문성)의 충격적인 진술이 예고된 점도 주목됩니다. 이기환은 지금까지 어느 편인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진술(Testimony)이란 법적 절차에서 사실 관계를 증언하는 행위로, 드라마 맥락에서는 그 자체가 새로운 국면의 트리거(Trigger), 즉 서사의 전환점을 여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이기환의 진술이 어떤 방향으로 사건을 뒤흔들지, 개인적으로는 강태주와 임석만의 관계가 다시 재설정되는 방향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드라마 산업 전반적으로 OTT 플랫폼과의 경쟁 속에서 지상파·케이블 드라마의 시청률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은 이미 여러 미디어 연구에서 지적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방송통신위원회](https://www.kcc.go.kr)). 그런 환경에서 '허수아비'가 꾸준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소재가 좋아서가 아니라 서사 운용 면에서 실질적인 완성도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9회부터는 강태주가 무원으로 떠난 이후 새로운 단서를 포착하는 전개가 시작됩니다. 중심에서 밀려난 인물이 오히려 사건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구조는 고전적이지만 효과적인 장치입니다. "이 정도면 그냥 볼만한 드라마지 않나" 싶었던 제 초기 인상은 이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9회가 지금까지 쌓아온 복선을 어떻게 터뜨릴지, 솔직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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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21/0008951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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