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ENA에서 8%대 시청률이 나올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5월 드라마 시청률을 정리하다 보니 한 줄로 딱 떨어지더라고요. 멋진 신세계 독주, ENA 깜짝 반등, 평일극 여전히 약세. 4월과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이 바로 이 흐름입니다.
1.5월 시청률 판도, 4월과 뭐가 달라졌나
4월에는 MBC 멧진 신세계가 치고 나오기 전이어서 21세기 대군부인이 중심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5월 들어 판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멋진 신세계가 선두를 가져가면서 이른바 리드 드라마(Lead Drama), 즉 특정 시간대나 시즌을 대표하는 정상권 작품으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시청률 조사에서 리드 드라마가 고정되면 그 아래 2·3위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5월이 딱 그 구조였습니다.
제가 직접 시청률 추이를 추적해보면서 느낀 건, 금토극과 평일극 사이의 격차가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점입니다. 시청률 조사 기관인 닐슨코리아(Nielsen Korea) 기준으로 금토드라마가 평일 미니시리즈보다 평균 3~5%p 높게 나오는 건 이미 구조적인 현상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닐슨코리아란 TV 시청률을 표본 가구 기반으로 실시간 측정하는 시청률 조사 전문 기관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드라마 시청률 수치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만드는 곳입니다.
5월 시청률 판도를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1위: MBC 멋진 신세계 (금토극, 독주 체제)
- 공동 2위: tvN 은밀한 감사 / ENA 허수아비 (각 8.1%)
- 최하위권: KBS2 우면 연리리 (1.6%, 사실상 흥행 실패)
이 구도를 보고 있으면, 방송사 브랜드보다 콘텐츠 완성도가 시청률을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됩니다.
## ENA 허수아비 8.1%의 의미, 숫자 뒤를 봐야 한다
제가 4월에 허수아비 시청률 4.1%를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ENA에서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5월 종영 시점에 8.1%까지 올린 걸 보고 나서 다시 봤습니다. 단순히 숫자가 오른 게 아니라,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상승폭이니까요.
드라마 시청률에서 이런 흐름을 업계에서는 후반 상승 모멘텀(Momentum)이라고 부릅니다. 모멘텀이란 드라마가 방영 중반 이후 화제성과 입소문을 타면서 시청률이 가속도가 붙듯 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허수아비가 이 모멘텀을 실제로 만들어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4월 말부터 5월 중반까지 꾸준히 올라서 종영 시점에 최고 수치를 찍고 마무리한 건, 연출과 대본이 후반부에 더 탄탄하게 구성됐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tvN 은밀한 감사 역시 같은 8.1%로 공동 2위에 올랐습니다. 4월 말 6%대에서 시작해서 5월에 확실히 올라왔는데, 신혜선과 공명의 연애 전개가 본격화되고 구연인 김재욱의 캐릭터가 살아나면서 시청자를 끌어당겼습니다. 오피스 로맨스(Office Romance)라는 설정을 꽤 잘 살린 작품인데, 오피스 로맨스란 직장이라는 공간과 관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연애 서사 장르를 말합니다. 제 경험상 이 장르는 캐릭터 간 긴장감 조성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후반 시청률이 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은밀한 감사는 그 부분은 잘 했지만 뒷심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더 오를 줄 알았는데 8%대에서 유지에 그쳤거든요. 이번주 마무리를 잘 해야 할 텐데, 솔직히 걱정이 좀 됐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방송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케이블 및 종합편성채널의 드라마 편성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시청률 경쟁력도 지상파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출처: 방송통신위원회](https://www.kcc.go.kr)). ENA 허수아비의 8.1%는 바로 이 흐름을 수치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평일극 부진과 KBS, 6월 판은 어떻게 바뀔까
KBS2 우면 연리리는 1.6%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4월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게 더 문제입니다. 제가 직접 몇 회를 챙겨봤는데, 전개 속도나 캐릭터 차별점이 뚜렷하지 않아서 시청자가 굳이 본방 사수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지상파 평일 미니시리즈에서 1%대라는 건 시청률 지표상 유의미한 존재감을 만들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본방 사수란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에 맞춰 실시간으로 TV를 시청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시대에 본방 사수를 유도하려면 매회 회차마다 강한 화제성과 다음 편에 대한 궁금증을 남기는 클리프행어(Cliffhanger) 구조가 필요한데, 우면 연리리는 그 부분이 특히 약했습니다. 클리프행어란 매 회차 말미에 강한 반전이나 위기 상황을 배치해서 다음 편을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서사 기법입니다.
KBS가 하반기에 분발한다는 이야기는 들렸는데, 제 경험상 상반기 흐름이 안 좋으면 하반기 기대치도 낮아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순히 좋은 작품을 편성하는 것만이 아니라, 콘텐츠 마케팅(Content Marketing) 전략, 즉 드라마 화제성을 SNS와 유튜브 클립 중심으로 확산시키는 방식까지 함께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부분은 tvN이나 JTBC가 이미 잘 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드라마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OTT 플랫폼을 통한 드라마 소비 비중이 증가하면서 본방 시청률과 화제성 지수 간의 상관관계가 이전보다 약해지는 추세라고 합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https://www.kocca.kr)). 이 말은 곧 시청률 수치만으로 드라마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6월부터는 OTT 화제성 지수와 시청률을 함께 봐야 판도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6월에 새 드라마들이 들어오면 이 구도가 또 어떻게 바뀔지 궁금합니다. 특히 멋진 신세계가 종영한 이후 1위 자리를 누가 가져가느냐가 6월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5월 드라마 시청률을 통해 확인된 건 하나입니다. 방송사 브랜드보다 연기·연출·대본의 삼박자가 맞아야 시청자가 움직인다는 것. ENA 허수아비가 그걸 증명했고, 우면 연리리는 반대로 그게 없으면 지상파라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6월에도 시청률 흐름을 꾸준히 추적해볼 예정이니, 어떤 작품이 치고 올라오는지 같이 지켜보시면 좋겠습니다.
---
참고: https://www.gukj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99221
https://m.blog.naver.com/c106507/224302520174
